안녕하십니까? 저는 기계공학과 98학번 김재우라고 합니다.
작년 이맘 때 교환학생간다고 이것 저것 알아보느라고 정신이 없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학기를 보내고 집에 왔다니 믿어지지가 않네요. 처음에는 아는 사람도 없고 정보도 별로 없어서 막막했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니 많은 사람들도 사귀고 수업도 적응이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제가 아는 IIT에 대해 적어볼까 합니다. 저는 IIT(Illinois Institute Technology)에서 기계공학과 전공으로 2학기간 교환학생을 다녀 왔습니다.
- 교통
처음 공항에 도착했을 때 학교까지 ride를 해주는 “Meet and Greet”라는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이 서비스는 학교에서 셔틀버스를 내어서 하루에 두 번 공항에서 학교까지 운행하는 것입니다. 2시와 7시에 있었는데 저는 7시 차를 타고 왔죠. 시카고 내에서의 대중교통은 U-Pass라는 것으로 타게 되는데 U-Pass라는 것은 학기중에 지하철이나 버스를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표로서 등록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IIT의 교통은 아주 훌륭한 편입니다. 학교 가운데로 전철이 지나가고 전철만 타면 시카고 웬만한 곳들은 다 다닐 수 있습니다. 다운타운까지는 전철로 15분 정도면 갈 수 있습니다. 물론 버스도 있지만 버스는 좀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어서 저는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전철로도 불편함 없이 어디든 다닐 수 있었으니까요.
- 학교안내
IIT는 아시다시피 미국에서 60위권 정도에 위치해 있는 학교입니다. 하지만 GPA나 SAT가 높은 학생들이 많이 온다고 합니다. 특히 건축학과나 산업 디자인과는 미국에서도 알아준다고 합니다. 제 룸메이트는 시카고 출신인데 GPA가 높아서 장학금을 받고 왔다고 하더라고요 평균적으로 고등학교 때 반에서 5등 정도 하는 학생들이 온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한국에서 공부했던 만큼만 한다면 우수한 성적들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터내셔널 학생들이 많이 있습니다. 인도인, 중국인, 한국인 순으로 있는데 이 것이 요즘 미국공대의 현실이라고 합니다. 특히 인도인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직원들도 상당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학교 규모는 미국의 타 대학에 비해서 작습니다. 하지만 시설의 상태는 아주 좋은 편 입니다. 특히 작년에 완성된 학생회관이나 신 기숙사는 관광객들이 와서 사진을 찍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스포츠 시설로는 GYM에 헬스장, 수영장, 라켓볼장, 농구코트, 배드민턴코트 등이 있고 야외에 테니스장도 있습니다. 이 것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냉난방 시설들도 선진국답게 잘 나옵니다.
- 환경
IIT는 위에서 말했다시피 다운타운에서 얼마 안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시카고의 아름다운 빌딩숲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또 한 25분 정도 걸어가면 끝이 안 보이는 미시간 호수가 나오는데 정말 멋집니다. 그래서 저를 비롯한 많은 학생들이 이 곳을 조깅코스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곳이 다운타운에서 남쪽 지역인데 여기서 지하철로 한두 정거장 남쪽으로 가면 흑인들이 주로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밤에는 위험해서 돌아다니지 말라고 합니다. 제가 몇 번 밤에 지하철을 타봤는데 정말 흑인들밖에 없더군요. 무섭기는 했지만 아무일도 안 일어났습니다. 그래도 역시 밤에는 좀 위험합니다. 이 곳 기후는 추운 편입니다. 시카고는 윈디 시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사계절 내내 엄청난 바람이 불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10월부터 4월까지는 겨울옷을 입는 사람들이 종종 보입니다. 특히 12월부터 2월까지는 추운데다가 바람까지 세차게 불어서 체감온도는 상상할 수 없죠. 한 친구는 그 때를 “시카고의 암흑기(?)”라고 부르더라고요. 밖에 사람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어서요.
- 숙소
저는 구 기숙사(MSV)에서 살고 있습니다. 한 방에 2명씩 살고 있는데 책상,옷장, 옷걸이, 침대가 있고 둘이서 살기에 적당합니다. 세탁은 지하실에서 하는데 건조기가 하도 강해서 옷을 따로 말릴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세탁기와 건조기 수는 기다리지 않고 하기 때문에 모자라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비용은 세탁과 건조 합해서 $1.75. 취사는 안타깝게도 할 수 없습니다. 다만 공동으로 쓰는 전자레인지가 있는데 3분요리나 컵라면 같은 것은 해먹을 수 있습니다. 화장실은 공동으로 사용하고 샤워기는 한층에 2개에서 4개가 있습니다. 이용규칙은 엄격하지 않습니다. 한국처럼 입실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자유롭게 쓸 수 있습니다.
- 음식
일단 이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기 위해서는 Meal Plan은 의무입니다. 14식과 19식을 할 수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14식을 추천합니다. 19식은 거의 매일 아침,점심, 저녁을 먹을 수 있는데 아침을 챙겨먹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기 같이 온 친구들 중 19식을 한 친구들은 지금 후회하고 있습니다. 19식은 아침을 꼭 먹어야 하는 사람에게만 권합니다. 14식은 계산상으로 하루에 두 번씩 먹는 것이지만 보너스 포인트로 $125를 쓸 수 있기 때문에 식당 옆의 카페테리아에서 다른 음식들도 먹을 수 있습니다. 식당의 음식 품질에 대해서는 만족하는 편입니다. 부페식으로 나오는데 햄버거와 피자는 매일 나오고 매인 요리가 3개씩 나옵니다. 여기는 인도인들이 아주 많기 때문에 매인 요리 중에 1개 이상은 꼭 밥이 나옵니다. 하지만 인도식 밥이라 한국처럼 찰지지 않고 볶음형식으로 하기 때문에 맛은 별로 없습니다. 그래도 빵보다는 훨씬 낫기 때문에 괜찮은 것 같습니다. 가끔식은 한국음식도 나오는데 저번 학기에는 김치가 금요일마다 나왔다고 하네요. 이번 학기에는 Korean Beef라고 하여 불고기가 나왔었습니다. 진짜 불고기와는 맛이 많이 다르지만요… 이 곳은 한국이 아니기 때문에 물론 한국음식이 많이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 곳은 다행히 대도시이기 때문에 한국음식을 먹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는 않습니다. U-Pass로 지하철을 타고 1시간 정도 가면 Kimball이라는 역이 나오는데 이 곳에 한인타운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곳 식당에서 한국음식들을 먹을 수 있고 근처에 “시카고 중부 시장”이라는 제법 큰 규모의 한인슈퍼가 있어 이 곳에서 한국 식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일요일마다 교회에 가면 한국음식들을 먹을 수 있죠.
- 물가 및 쇼핑
이 곳의 물가는 미국에서 2,3위를 달릴 정도로 비쌉니다. 그래서 생필품 빼고는 살 엄두를 못내지요. 생필품이나 기타 필요한 것들은 “Jewel”이라는 대형마트에서 구입하고 있는데 지하철로 1정거장 거리라 손쉽게 다닙니다. 제가 살면서 이 곳이 한국보다 싼 것을 고르자면 맥주, 휘발유, 옷입니다. 맥주는 대형마트에서 사는데 밀러나 버드와이저를 박스단위로 사면 굉장히 쌉니다. 시카고에는 아울렛 매장이 아주 많이 있습니다. 보통 폴로가 30불정도 하고 리바이스는 15불 정도에 살 수 있습니다. 심지어 쇼핑하러 같이 간 한 친구는 노티카 티셔츠를 2불에 구입하는 것도 봤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가면 충동구매를 하게 됩니다. 또 학교에서 특별 이벤트형식으로 NBA, MLB, 놀이동산, 오페라, 뮤지컬 티켓 등을 거의 10%가격에 파는데 그 것을 이용하면 아주 풍요롭게 생활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걸어서 5분정도 가면 시카고 화이트 삭스 구장이 있습니다. six flag라는 놀이동산에 다녀왔는데 점심값까지 5불에 다녀왔습니다. 원래 six flag는 4~50불 정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 수업
저는 4과목 12학점씩 두 학기를 들었습니다. 첫 학기에는 수학과목 하나랑 4학년 전공 하나, 3학년 전공 하나, 그리고 Nonnative를 위한 writing class하나를 듣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리스닝이 잘 안 되는 탓에 수업내용 중에 반은 그냥 흘립니다. 하지만 수업내용은 어렵지 않고 수나 전공전문용어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따라갈 만 합니다. 또 라이팅 클래스는 교수님께서 천천히 말씀해주셔서 듣는데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한국과는 달리 많은 숙제와 퀴즈들로 인해 하루하루가 바쁘죠. 저는 한국에서 보이스레코더를 구입해갔습니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항상 맨 앞에 앉아서 녹음을 하고 집에 와서 다시 들으며 필기를 합니다. 그렇게 하니 영어수업에 전혀 지장이 없는 것 같습니다. 외국인에게 과목중에 가장 어려운 것을 고르라면 단연 교양과목입니다. 미국역사나 심리학 같은 과목은 보통 책 3권정도 나가는데 양도 양이지만 강의시간에 어떤 것이 농담이고 어떤 것이 수업내용인지 구분하기도 어렵습니다. 2번째 학기째에 사회학의 이해라는 과목을 들었는데 고생한 것에 비해 성적이 안나오더군요. 그런데 복수학위하는 학생에게는 이 과목들이 필수이기 때문에 3번째나 4번째 학기에 듣는다고 합니다. 여기서의 수업평가는 과목마다 절대평가나 상대평가를 하는데 그 비중은 반반인 것 같습니다.
- 대인 관계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이 곳은 한국학생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한국학생들과 많이 사귀게 되는데 어쩔 때는 영어를 전혀 안 쓰고 하루를 보내는 때도 있습니다. 사실 영어 배우는 것은 자기하기 나름이지만 외국인들과 친해질 기회는 별로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수업시간에 모르는 것을 물어보며 친해지기도 하고 동아리를 들어서 외국인들과 친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주말에 파티에 가서 사귀기도 하죠. 그래도 저는 외국인보다 한국인을 더 많이 아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인 관계는 성격의 문제 같습니다. 제가 아는 어떤 한국인은 정말 모르는 외국인이 없을 정도입니다. 식당에 가서 아무 외국인 옆에 앉아서 무작정 말을 걸고 친해집니다.
- 수업 외 활동
저는 수업을 12학점씩 들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숙제와 퀴즈 때문에 그렇게 시간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남는 시간에는 뭔가 영어와 관련된 뜻깊은 일을 하고 싶어서 동아리에 들었습니다. 여기는 몇 개인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많은 동아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처럼 1학년만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가입할 수 있습니다. 보통 학기초에 학생회관에 각 동아리들이 홍보를 하기 위해 나옵니다. 그럼 그때 맘에 드는 동아리에 가입하면 됩니다. 저는 합기도 동아리와 바이블 읽기 동아리에 들었는데 거의 다 외국인이고 다들 친절하게 대해주어서 외국인 친구 사귀기가 쉽습니다. 그 외에도 원한다면 교내 아르바이트 같은 것을 할 수 있는데 저는 안 해 봐서 잘 모르겠습니다.
- 관광, 여행
시카고는 시카고 대화재 이후에 거의 다 새로 지어진 건물이기 때문에 고풍스럽거나 역사적인 건물들은 없습니다. 하지만 존 행콕 타워나 시어즈타워 꼭대기에서 보이는 풍경들은 정말 볼 만 합니다. 또 많은 공원들이 있고 대도시답게 오페라나 스포츠, 영화관 같은 문화시설들은 잘 되어 있습니다. 차를 타고 갈 수 있는 여행지로는 캐나다의 나이아가라 폭포가 있습니다. 2주 전에 대학원형의 차를 타고 갔는데 정말 멋있더군요. 유명한 관광지 중 가장 가까운 곳이기는 하지만 10시간 정도 걸립니다.
저에게 있어 두 학기간의 교환학생경험은 저에게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해주었습니다. 새로 사귄 친구들, 새로운 교육방식, 영어 공부 등 많은 것을 얻게 해주었습니다. 저의 마지막 대학생활을 미국에서 보내 더욱 뜻 깊었는지도 모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학기 말 때 일찍 시험이 끝나서 많은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방안에 처박혀 있었다는 점입니다. ‘여가시간 동안 좀더 활동적으로 생활했더라면’이라는 아쉬움을 남기며 이만 글을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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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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